본문 바로가기

열화

灼熱_01 [세계]


평범한 세계와 그 주위를 돌던 세계의 이면. 절대 만나서는 안 될 평행선과 같던 두 세계가 만나게 된 일은 모든 것의 발단이다.

세계의 이면이란, 흔히 말하는 귀신 등의 존재와 괴담과 같은 알 수 없는, 달리 말해 세계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차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생물이 존재하며, 세계의 인간들에게 매우 불친절한 공간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이 이면에 반영되고, 반대로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도 세계에 일부 반영된다. 이 '어떠한 일'은 정확하게 명명되지 않았으나, 관측된 것은 '죽음', '전쟁 등의 대규모의 사고', '자연 재해', '종교적인 행위와 같은 집단 의식'등이 있었다.

세계와 이면이 맞닿은 날, '초현상 발생', 또는 '멸망'이라고 명명된 그 날 이후로부터 세계에서는 여름 외의 계절이 사라졌고, '백야'와 '극야'가 전 세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상 현상, 괴담, 그리고 귀신이라고 하는 것들이 하나 둘 관측되었다.

"...말이 그렇지, 전혀 다른 거지만 말이야.."

이것들은 기존에 영매, 즉 무당이나 신기가 있다고 하는 이들이 보는 것과 엄연히 다른 것들이고, 그와 동시에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분명하게 이 곳, 세계에서 비롯되었으니까. 이에 대한 최근의 관측 정보로, 이면으로 넘어간 인간에게서 변이가 일어난 것이 관측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기존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치 마시멜로나 풍선처럼 흐느적거리는 흰 인간형의 무엇인가로 변했다고 했다.

이면으로 들어가는 법은 '기현상'의 정도가 세계 초현상 대책 기구(World Supernatural Phenomenon Countermeasures Organization, 약칭 WSPCO)에서 제정한 것을 기준으로 초현실도가 7이상인 지점에서, '기현상'의 원점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오는 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웃기기도 하지, 들어가서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방법을 이렇게 자세히 알려줄 건 또 뭐야..

이면의 안쪽은, 세계를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 마치 거울로 비추어낸 듯 똑같다고 한다. 다만, 그 곳은 매우 조용하거나 이질감이 들며, 어떤 때는 위협적인 괴생물들이 돌아다닌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WSPCO 산하 시설들에서 연구하고, 새로 관측된 것은 즉시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
뻔한 거짓말.

백야, 극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극야부터 설명해야 한다. 극야란, 이면과 세계가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겹쳐지는 현상이다. 세계가 이면에 삼켜지는 형태를 보이며, 이 동안은 그 어떤 천구의 광원도 없이 노을지듯, 그러나 더욱 급격하게 어두워져 짙은 회빛을 띠는 하늘이 유지된다. 이 기간에 외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WSPCO에서는 창문, 문 등을 전부 잠그고 가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실내에만 머무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백야 현상은 극야 현상의 반작용과도 같은 현상이다. 이 기간 내내 하늘에는 햇빛이 내리쬐며,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푸른, 흔히 우리가 아는 '여름 하늘'이 극야가 발생한 기간만큼 해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이유는 파악되지 않으나, 이로 인한 기후 재해는 없고, 평범한 여름 날씨가 지속된다. 백야 기간만큼은 초현상 등 이면의 것이 전혀 관측되지 않아 안전한 기간이라고 WSPCO에서 공인했다.

이것으로, 기술을 마친다.

...
여름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니까.
그저, 여름.